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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고통

오늘 소개할 책은 이기병 작가의 연결된 고통입니다. 이 책은 의학과 인류학을 가로지르는 책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책의 저자인 이기병 작가는 내과 의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 의사들은 군대를 갈 때 군의관으로 차출되거나, 지역사회에서 공중보건의로 3년간 근무하게 됩니다. 책의 저자 또한 공중보건의로 지원을 하게 되는데, 그 결과 가리봉동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하는 무료 진료소의 의원으로 가게 됩니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책을 보면서 느꼈던 감상을 풀어보겠습니다.

고통과 질병에 대한 다채로운 논의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의 저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는 곳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일단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이니까 언어적으로 소통이 안 될 때가 많을 겁니다. 그들은 노동시간이나 개인적인 환경에 쫓겨서 정기적으로 제때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대부분 의료보험도 없을 테니 상급 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위중한 상황에서도 그 진료를 받게 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보다 더 어려운 점도 있을 겁니다. 바로 병원에서 아픈 곳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병원 가면 어디 아파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듣고 아픈 곳을 검사해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조선족들은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면, '저는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관절도 좀 아픈 것 같고, 어지럽기도 하고, 가슴도 답답하고, 열도 나고...' 이런 식으로 너무 많은 증상을 쏟아낸다고 합니다. 당연히 진료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책의 저자는 초반에는 진단명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 이상하고 너무 답답했다고 합니다. 근데 인류학적으로 이 원인을 찾아보니까 그들이 신체화라는 과정을 겪는다는 겁니다. 이 신체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잠깐만 과거의 역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문화혁명 당시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많은 민중들이 공사에 동원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도시에서 한평생 책을 보고 산 사람이 갑자기 시골 산간에 가서 밭을 개간해야 되는 등의 일을 겪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이주와 동원을 통해서 굉장히 마음에 큰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생긴 현상을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하면 낙인이 찍히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을 뭔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대치해서 표현하게 된 것이 바로 신체화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조선족 환자들의 말이 이해되었습니다. 조선족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을 할 때에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 이주 노동에 대한 스트레스, 차별, 낙인 같이 과거와 비슷한 일들을 겪음으로써 신체화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의 증상을 두서없이 마구마구 말하게 되는 거라고 합니다. 이런 역사, 문화, 사회적인 배경 없이 이들을 마주한다면 이해되지 않고 답답한 마음만 들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숨겨진 서사에 집중하게 되면서 책의 저자는 일생일대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여러 유형의 외국인 노동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3년을 보내면서 저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환자의 질환이라는 것이 딱 하나의 진단명으로 똑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역사와 사회적인 배경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 서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의 저자는 어떤 고통들은 제대로 발화되지 않거나, 발화되어도 잘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저자는 인류학을 같이 공부하면서 고통을 보다 넓고 깊게 측량하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이 시작되었던 3년간의 진료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각 장의 제목에서 질병의 이름이 드러나있습니다. 각 장의 질병과 더불어서 외국인 노동자의 서사와 문화적 배경에 주목해 보는 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요통, 변비 그리고 실신

모든 장이 정말 인상 깊지만, 딱 한 장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 책의 6장인 요통, 변비, 그리고 실신입니다. 어느 날 한 남성이 찾아옵니다. 이 남자는 태국 국적으로 겉보기에는 매우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이삿짐을 나르는 일을 하는데, 계속 기절을 한다고 말합니다.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가 기절하기도 하고, 더불어 변비도 있고 허리도 아프다고 증상을 이야기합니다. 자꾸 기절을 한다고 하니까 저자는 자율신경계의 이상인가 싶어서 검사를 의뢰합니다. 또한 변비약도 지어주면서 변비에 좋은 야채를 많이 먹고, 허리 아픈 것은 정형외과에 가보라고 진단을 내립니다. 시간이 흘러서 검사 결과를 보니 뇌나 혈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간질이나 발작 등의 원인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계속 찾아나가던 중 환자가 일을 하러 가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실신을 하게 됩니다. 이 실신으로 인해 환자는 경미한 뇌출혈이 올만큼 머리에 부상을 당합니다. 책의 저자는 환자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기 시작합니다. 환자는 무거운 책상을 나르려고 하다가, 일어서는 순간에 실신을 해버렸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사연을 잠자코 듣다가 마치 퍼즐처럼 원인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실신의 원인은 심장의 구조적인 이상이었습니다. 심장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몸에 갑자기 힘을 주는 행위가 실신을 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인을 찾은 과정을 차근차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남자는 아픈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정형외과에서는 짐을 들 때 허리를 사용해서 드는 게 아니라, 복압을 사용해서 배의 힘으로 드는 이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는 이 방법을 열심히 사용해 가면서 짐을 들었습니다. 또한 남자가 변비에 걸린 이유는 한국의 채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양념 때문에 오랜 기간 섬유질을 섭취하지 못했고, 일을 하는 동안 화장실에 가기 힘들어서 물을 잘 마시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탈수증상을 겪었던 겁니다. 이 모든 악재가 겹쳐진 상황에서 무거운 책상을 들기 위해 힘을 주는 순간 실신한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환자가 노동을 통해 위험 요소를 자신의 삶에 배치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의 심장이 혹사당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다행히도 남자는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잘못된 의학적 판단도 없었으나, 적합한 판단을 내리지도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할 만큼 시간과 돈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각각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던 것일까 고민합니다. 이런 논의들은 후에 돌봄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과정으로까지 확대됩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고통에 대한 논의

책의 저자는 의학과 인류학의 경계에 서서 각기 다른 영역의 존재를 서로에게 환기시키고, 논의를 확장시키고, 소리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더불어서 이 이야기를 통해서 그 진입로를 열어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반드시 고통받는 누군가를 돌보거나 고통받는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타인의 고통을 납작하게 인식하거나,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숨겨진 서사와 역사와 문화적인 맥락을 살펴보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속에는 사회적 낙인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회적 환대와 질병에 대한 이야기, 몸과 마음, 삶과 죽음 사이의 이분법, 고통에 대한 이야기 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직접 읽어본다면 굉장히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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