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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비건

살다 보면 어떤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는 외면해 왔던 것들이 갑자기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 말입니다. 제게는 그 불편한 자각이라는 게 동물에 관한 것이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입니다. 아무튼이라고 하는 책의 시리즈는 지금까지 40권 이상 출간되었습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테마가 많은데, 저는 아무튼, 비건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비건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간 저 또한 비건에 대해 꽤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비건의 의미

한국 사회는 아직 비건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지 5년이 넘어가는데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비건이라고 하면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모든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과 그 소비 운동 자체를 뜻합니다.그러니까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물의 가죽을 입는 것, 동물 실험을 한 제품을 거부하는 것, 동물의 착취가 기반이 된 모든 상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리뷰하고 있지만 비건이 아닙니다. 고기도 좋아하고, 유제품도 정말 좋아합니다. 몇년 전부터는 오리털이나 가죽의류의 소비는 하지 않고 있지만, 이전에 사둔 옷들을 버리는 것도 환경오염이라 생각하여 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고기를 섭취했다고 하면, 현재는 의식하고 절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매운탕에서 생선의 머리나 비늘을 발견할 때, 돼지고기에서 털이나 도장자국 발견할 때, 스테이크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질 때. 이럴 때는 아직은 약간이지만 죄의식까지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비위가 상했나보다 생각했지만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고, 남의 살을 먹으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그다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조금씩이지만 비건이 알려지고, 동물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바뀌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타자에 관한 책

작가는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을 빌립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냥 존재한다는 것에 만족해선 안되며,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야 한다'라는 말인데요. 그러면서 작가는 이 책은 타자에 관한 책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동물을 타자화해서 생각합니다. 그것도 하향 타자화죠. 책의 작가는 동물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층을 점유하고 있고 인간들이 이것들의 가치를 무시하고 배제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 실려있는 한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흔히 우리는 동물처럼 다룬다고 표현합니다. 이 말은 언뜻 들어도 좋게 다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굉장히 가차 없이 거칠게, 마음대로 다룬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말처럼 들립니다. 우리가 동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겁니다. 작가도 저처럼 이 수많은 타자들 가운데서 유난히 동물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 부분인 즉,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비건은 단순히 육식을 거부하는 행위가 아니라 동물들과의 연결성을 회복하고 하향 타자화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육식에 감춰진 7가지 진실

이 책 속에서 작가는 육식을 먹는 행위에 어떤 진실이 감추어져 있는지 7가지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잔인함 : 육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쉽게 반박할 수 없는 것이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잔인함입니다. 작가는 아무리 인도적인 도살이라는 것을 주장한다고 해도 이 '인도적 도살'이라는 말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 오염 : 가축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분뇨와 폐수 배출로 인한 오염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은 분뇨 배출로 인한 오염 위험이 굉장히 큰 나라라고 합니다.
  3. 탄소 배출 :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전체 탄소량의 18%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타고 다니는 비행기, 자동차, 선박들이 배출하는 탄소량보다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4. 훼손 : 가축들이 먹는 사료 재배를 위한 경작지를 확보하는 일 때문에 아마존의 수많은 산림이 파괴되고 훼손되고 있다고 합니다.
  5. 리스크 :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생제 중에 80%가 축산업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특히 가공육에는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들어있고 이는 당연히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6. 병 :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먹지 않으면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히려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병보다 잉여 단백질 때문에 생기는 병이 더 많다고 합니다.
  7. 양심 마비 : 돼지, 소, 닭 등의 가축들의 폐사는 이제 거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런 일들은 이제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지옥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거죠. 우리가 이런 진실들을 진심으로 마주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쉽게 비건이 되지 못합니다. 책의 작가 또한 그랬다고 하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작가는 동물 문제는 감정적으로만 접근하면 단기간에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과 공감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논리, 철학, 정보 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비건으로 산다는 것

앞선 내용을 읽고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비건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일단 한국에서 비건 인구의 비율이 굉장히 낮아 시장도 좁습니다. 책이 쓰여질 당시보다는 한국 비건 시장이 훨씬 커졌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비건을 결심한 사람들에게는 무수한 질문이 날아듭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작가 본인이 비건을 시도하면서 받았던 모든 질문들을 QnA 형식으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책에 실려 있는 질문들의 목록들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 인간은 원래 육식 동물다, 동물이 동물을 먹는 약육 강식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인간의 육식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채식만 하면 건강에 오히려 나빠, 비건 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등입니다. 이외에도 훨씬 많은 질문이 많은데 인터넷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부분들과 맞닿아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질문들에 대해서 철학과 정보, 과학, 논리를 사용해 효과적으로 대답하려고 노력합니다.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비건으로 살 결심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답변을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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