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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미국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입니다. 이 책은 재밌고 유쾌한 내용 덕에 출간 직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뛰어난 유머와 통찰력으로 14명의 철학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생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전 7시 와이너는 기차를 타고 시카고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하던 중 간신히 침대 칸에서 깨어났지만 이불 밖으로 나가기는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철학적인 문제라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침대에서 나오는 법
마르쿠스는 우연히 로마 제국의 제16대 황제가 된 인물이자 철학자였습니다. 더더구나 그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었는데요. 침대에서 미적거렸고 낮잠을 잔 뒤 오후에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는 잉글랜드에서 이집트까지 그리고 대서양 해안에서 티그리스 강까지 이어지는 대제국을 지배한 황제였습니다. 또 거의 50만 명에 달하는 군대를 지휘하면서 게르만족과 오랜 세월을 싸워야 했습니다. 마르쿠스는 제국과 군을 통치하면서 자신의 악마와도 싸워야 했는데 바로 그 악마는 아침입니다. 그는 지금처럼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 힘들면 스스로에게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괴 되뇌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마르크스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마르쿠스에게는 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사명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마르쿠스는 스스로에게 생각을 그만두고 행동에 나서라고 누차 촉구합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먼저 한 발을 이불 밖으로 꺼내서 바닥에 딛고 나머지 발을 같은 순서로 꺼낸 다음 몸을 일으키기만 하면 됩니다. 절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소크라테스, 궁금해 하는 방법
와이너는 소크라테스의 외모 공격도 서슴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아테네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였다고 서술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외모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성격도 특이해서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철학자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추종자를 모으는 데 관심이 없었고, 제자들이 다른 철학자에 대해서 물으면 기꺼이 알려줬습니다. 또한 그 어떤 지식이나 이론 또는 신조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단 한 글자도 쓴 적이 없으며 당연히 책을 쓴 적도 없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대화와 토론을 선호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책을 반대했는데요. 그 이유는 책이 출간되면 고치기도 힘들고, 사람들은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을 무턱대고 진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소크라테스를 아는 것은 주로 그의 제자 플라톤이 남긴 얼마 안 되는 고대의 자료 덕분입니다. 그래서 와이너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 세상에 소크라테스의 사상 같은 것은 없으며, 사고방식만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지식보다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저자는 이를 대화로 지칭합니다. 그리고 현대 철학자 로버트 솔로몬은 이를 현명한 훈수질이라고 부릅니다. 이 모든 현명한 훈수질에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는데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만큼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그의 질문의 핵심은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의미를 찾는 것에 있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사람에게 대화를 통해 좋은 아빠의 의미를 깨닫게 합니다. 그 사람은 소크라테스와의 질문이 끊이질 않는 대화 끝에 좋은 아빠란 생물학적 부친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또 다른 대화 상대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하게 만든다면서 소크라테스를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전기가오리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꼬리에 꼬리를 묻는 질문에 사람들은 점점 제대로 대답할 능력이 없어지고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 종종 격앙되곤 했습니다. 3세기에 활동한 전기 작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먹으로 소크라테스를 때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뜯어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동료 아테네 시민의 주장에 따라서 사형당했습니다. 사형 이유는 신을 섬기지 않고 아테네 젊은이들을 탈락시켰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에게 제기된 혐의였지만, 사실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한 것은 무례한 질문을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철학사의 첫 번째 순교자가 되는 것입니다.
간디, 싸우지 않는 방법
간디는 폭력 앞에서 비폭력을 외친 투사였습니다. 그리고 비폭력의 창조성을 중요시했는데 비폭력의 창조성이라니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간디가 중요시한 비폭력의 창조성이란, 언제나 새롭고 혁신적으로 싸우는 창의적인 방법이였습니다. 간디는 인도의 독립을 위해서 영국과 싸웠고, 편협한 외국인과 그리고 인도인과도 싸웠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싸움은 싸우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간디는 싸움을 필요악이 아닌 필요선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기기 위해 싸우지 않았습니다. 간디는 1930년 영국의 소금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으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1882년 영국이 제정한 인도의 소금법은 한국의 담배처럼 정부가 소금 생산을 독점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이었는데, 이 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이었습니다. 간디는 1930년 8월 12일 80여 명의 추종자를 이끌고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소금 행진은 인도의 독립을 향한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간디는 행진에 공감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결국 이 행진이 끝날 무렵 대열은 6만여 명으로 불어났고, 진압하고 연행하던 총독 정부는 대응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영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도 간디의 위력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간디와 추종자들은 본베이 근처에 있는 다라사나 소금 공장을 향해 다시 걸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경찰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물러나라고 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경찰들은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달려가서 강철을 입힌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쳤고, 곤봉에 맞은 사람들은 대자로 쓰러졌으며, 아예 의식을 잃거나 부서진 두개골과 어깨를 붙잡고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쓰러지지 않은 사람들은 대열을 흩트리지 않고 말없이 완강히 행진을 하다가 결국엔 바닥에 쓰러져 갔습니다. 간디의 추종자들은 왜 그랬을까요? 왜 맞서 싸우지 않았던 걸까? 간디라면 그들이 맞서 싸웠다고 그저 비폭력적으로 맞서 싸운 것뿐이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간디의 추종자들은 자신의 존재와 평화적 의도로 경찰에 맞섰으며, 물리적으로 맞서 싸웠다면 경찰은 더 크게 분노했을 것이고, 경찰의 마음속의 분노는 정당화됐을 것입니다. 간디는 그렇게 폭력을 키우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폭력적 수단을 통해서 거둔 승리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이죠. 이렇게 소금 공장 급습과 경찰의 잔인한 대응 이후에 겉으로는 사실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이후 도덕적 우위를 잃었고, 폭력에 폭력으로 답하기를 끝까지 거부한 사람들에게 폭력으로 진압하고자 하는 욕망도 함께 잃게 된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파커의 비폭력 저항
여기서 우리는 와이너가 키우는 개 파커를 통해서 비폭력 저항의 힘을 잘 알게 됩니다. 반은 비글이고 반은 바셋하운드인 파커는 100% 간디주의견입니다. 파커는 간디의 완강한 성격과 비폭력을 향한 각오를 지녔습니다. 간디처럼 파커도 자기가 걷고 싶은 곳과 그곳을 걷고 싶을 때를 분명하게 알아요. 와이너가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 파커는 자기 궁둥이에 꽤나 무거운 몸무게를 싣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불만을 표시합니다. 가끔 발가락 사이 사이를 쫙 펴고 와이너에게 시선을 돌린 채 길에 쫙 엎드려버립니다. 와이너는 너무나도 당황스럽습니다. 파커는 물지 않고, 주인을 밀치지 않습니다. 짓거나 으르렁대지도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평화롭게 하지만 끈질기게 저항합니다. 주인을 해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도와주지도 않습니다. 이때 와이너는 짜증이 나고 화가 납니다. 파커는 간디처럼 실험을 실행하는 중이며, 와이너는 실험 대상인 것입니다.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들지만 철두철미하게 평화로운 이 도발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까요? 와이너는 이때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파커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와이너는 몇 번의 실패 이후 파커의 고집을 짧게 끝내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디와 달리 파커는 베이컨을 주면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요령일 수 있지만, 와이너는 이를 창의적인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고, 와이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둘은 평화롭게 집에 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철학교양서라고 하면 떠오르는 딱딱하고, 머리 아픈 관념을 깨부숩니다. 저자를 따라 기차를 타고 여행하며 접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우며, 철학을 내 삶으로 보다 쉽게 이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앞서 소개에 말한 것처럼 이 책에는 14명의 철학자가 등장합니다. 책을 직접 읽어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