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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인 끌림, 결국은 파국 안나 카레리나
주인공 안나는 본인은 상류 사회의 유명인사이며,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도 하나 둔 귀족 부인이다. 그러나 기계와도 같은 남편 카레닌 때문에 무료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브론스키라는 군인과 불륜 관계가 된다. 친정 오빠 스티바가 아내에게 외도를 들켜 집안 분위기가 풍비박산 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오빠의 집을 방문한는데, 오빠와 브론스키가 각각 여동생과 어머니를 마중하러 모스크바 역에 나온다. 이곳에서 브론스키를 처음 마주한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서로에게 무의식적인 호감을 느끼고 끌리게 된다. 브론스키는 그날 밤 스티바의 집에 몰래 찾아가 안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도망치다시피 자신의 집이 있는 상트페테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그러나 기차가 정거하는 동안 브론스키가 안나를 쫓아 같은 열차에 타고, 안나도 이를 알게 되며,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불륜이기에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처지가 된다. 급기야 안나는 브론스키의 딸까지 낳게 된다. 산욕열로 죽다 살아난 안나는 카레닌의 묵인 하에 갓 태어난 딸과 이탈리아에서 지낸다. 그곳에서도 현실의 냉혹함에 시달리다 삶의 의지마저 꺾이게 되고, 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안나의 신경질적인 면모에 브론스키는 전과 다른 차가운 모습을 보인다. 이에 안나는 그에게 후회할 거라고 독설을 날린 뒤,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안나의 자살 후 브론스키는 실의에 빠져 지내다 러시아와 오스만이 세르비아 문제로 전쟁을 벌이자 군에 복귀한다. 안나와 브론스키 사이의 딸의 양육권은 카레닌이 가져간다.
러시아 상류사회의 모순
1878년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이다. 전쟁과 평화와 더불어 톨스토이의 최고 작품으로 손꼽힌다. 동시대에 활동안 표도르 도스도옙스키는 이 작품을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 극찬한 바 있다. 영미권에서도 세계 최고의 소설이라고 불리우며, 본고장인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칭송 받았다. 작가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당대의 러시아 사교계의 위선을 비판했다. 안나와 브론스키 같은 불륜 관계는 당대 러시아 상류층 사이에서 매우 흔한 것이였다. 실제로 그들의 불륜 관계는 공공연하게 알려졌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안나가 비판받은 것은 불륜 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어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나의 남편 카레닌이 충격받은 것도 불륜이 아니라,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냈다는 부분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뒤로 무슨 짓을 하던 체면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당대 러시아 상류층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작품 속에는 당대 러시아 농업의 현실, 철학, 종교, 사회적 문제, 인간의 각종 심리를 망라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작가는 안나를 통해 그녀가 불륜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사랑에 목마른 영혼을 부각시키며 과연 누가 그녀를 손가락질 할 수 있는지 유도한다. 카레닌은 후반에 마음을 바꾸긴 하지만 초반만 해도 사랑보다는 명예나 권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안나는 이런 남편의 모습에 숨이 막힐 법 하다. 점점 몰락해가는 안나의 모습과 키티의 사랑을 대비시키며 작가가 안나의 사랑을 어떡해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사족
안나 카레리나는 여러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특정 부분이 각색되기도 하였는데, 비비안 리가 안나 역을 맡은 1947년 개봉한 버전에는 안나가 브론스키의 아이를 유산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 설정은 1997년 다시 채택된다. 국내 소설가 김영하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이유는 무인도에서 시간을 떼울 만한 분량을 가졌다는 것을 꼽았다. 이 부분에 관한 유머도 곁들였다.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추천받고 두꺼운 상, 하권을 구입하여 매우 재밌게 읽었다. 이후 서점에서 중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상, 하를 다 읽었을 경우 중권을 읽지 않아도 내용이 이해될 정도로 스토리가 간단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오죠 라즈니쉬는 이런 글도 쓴 바 있다. 한 이름 없는 작가가 소설을 써서 출판사로 가져오니 편집자가 너무 길어서 줄여달라고 한다. 이야기를 줄여 갔지만 또 다시 같은 이유로 타박한다. 작가는 '유부녀가 사랑하고 불륜을 저지르다 결국 둘이 자살한다'고 짧게 축약한다. 이를 들은 편집자는 버럭 화를 내며 '그건 안나 카레리나 표절 아니오?'라고 말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