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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피플

의문의 테러로 시작되는 이야기

데이비드 마컴은 심리학자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중간 관리직으로 일하는 중산층의 정신 건강 문제를 상담해 주고 해결해 주는 일입니다. 마컴은 어느 날 아내와 함께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산업심리학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공항에 문제가 생겨 비행기가 전부 지연됐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마컴은 공항에 생긴 문제가 무엇인지 뉴스를 통해 알게 됩니다. 마컴이 가려던 공항에 폭탄 테러가 발생한 겁니다. 다행히도 마컴은 단 몇 시간 정도의 차이로 그 폭탄 테러 현장을 피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폭탄 테러로 인해 마크의 전 부인이 사망하고 맙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테러 그 자체입니다. 원래 테러는 어떠한 목적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 목적은 테러범이 스스로 밝히거나 혹은 타인에 의해서 밝혀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근데 이 테러는 폭탄만 터지고 용의자도 없습니다. 테러에 대한 그 어떤 성명도 나오지 않고 목적이나 과정도 전혀 밝혀지지 않습니다. 마컴은 이 의문의 테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잘 살고 있는 중산층을 해방시키는 이유는?

마컴이 만나게 된 무리는 다름 아닌 소아과 의사인 리처드 굴드를 중심으로 하는 20세기 전체를 대상으로 투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20세기를 사는 이들, 특히 중산층의 해방을 주장합니다. 보통 투쟁이나 해방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소외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들은 그와 거리가 멉니다. 중산층이면 사는 데 지장도 없으며 누가 보기에도 굉장히 잘 사는 사람들입니다. 좋은 차를 끌고, 수영장이 있는 집에 살며, 가정부를 고용할 정도로 여유롭습니다. 당연히 인생을 즐기는 쪽에 가까우며, 좋은 학교를 나와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도 가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중산층을 해방시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무엇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것일까요? 마컴이 만난 이 이상한 무리는 중산층이 누리고 있는 모든 재화와 안정적인 서비스 같은 것들이 모두 그들을 얌전하게 만들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컴은 이 무리와 함께 엮이게 되면서 투쟁의 한가운데로 끌려가게 됩니다. 소설 밀레니엄 피플은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따라 전개됩니다.

밀레니엄 피플, 계속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드는 소설

밀레니엄 피플의 저자는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입니다.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는 어마어마한 디스토피아 소설들을 써내면서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입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계속해서 의구심을 가지도록 만듭니다. 일반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은 대개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멋진 신세계나 미친 아담 시리즈처럼 과도하게 발전된 기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폐해들이나 선택의 문제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화씨 451이나 1984, 시녀 이야기처럼 자유가 극단적으로 제한된 미래의 정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소설들은 읽다 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윤리적인 문제나,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그러나 밀레니엄 피플은 판단의 여지를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중산층들이 향유하는 모든 것들이 진짜 짜인 각본일까? 이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독자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밀레니엄 피플의 주인공인 마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현실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세계관이나 정치체제, 과학기술, 미래 이런 걸 상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원래 자기가 속해 있는 세계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합니다. 내가 속해 있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밀레니엄 피플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 바로 이 자리에 서서 자신이 사는 시대를 바라봅니다. 이 시대의 소비주의, 종말론, 테러, 허무주의, 계급투쟁을 바라보면서 안온한 삶이 주는 어떤 함정을 이야기합니다. 갈등과 모순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던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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