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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이 책에는 크게 2명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을 소개를 하면 이 작품의 대체적인 내용이 다 드러나게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이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입니다. 룰루 밀러는 방송계 퓨리처 상이라고 불리는 피버디 상을 수상한 사람이며, 현재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룰루 밀러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서전적인 내용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룰루 밀러는 우울증도 심했고, 연인과의 불화도 생겨서 매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죽음에 대한 충동까지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시 본인만의 질서를 되찾고 싶었던 룰루 밀러는 롤 모델을 찾게 됩니다. 그 롤 모델이 바로 두 번째 등장인물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약 100년 전의 인물이며, 스탠퍼드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입니다. 룰루 밀러는 이런 위대한 사람을 롤 모델 삼아 삶의 지표를 찾아보고자 했던 겁니다.
위대한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데이비드 조던은 어류학자이자 분류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지구상에는 한 1만 2천 종에서 1만 3천 종 가량의 어류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물고기들의 이름도 없고, 어떤 종류의 물고기인지 분류 체계도 서 있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였습니다. 그래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물고기들의 이름을 붙이고 분류를 시작합니다. 질서를 만든 것이죠. 이렇게 보자면 분류학자가 하는 일이 바로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그의 제자들과 1만 2천 종에서 1만 3천 종에 달하는 물고기 중, 무려 5분의 1 가량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했습니다. 이는 굉장한 업적이었습니다. 또한 이 업적은 절대 쉽지 않았으며, 엄청난 역경을 헤치면서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가 겪은 대표적인 역경은 이러합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06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는데, 그 당시 대지진이 발생합니다. 대지진으로 인하여 30년 가까이 모아둔 표본들이 전부 다 깨져버립니다. 유리병에 담아둔 표본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리면서 이름표와 표본이 뒤섞였습니다. 30년 동안 쌓아온 질서가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 버린 거죠.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다 포기했을 겁니다. 그렇죠 30년을 쌓아 올린 업적이 한순간에 무너졌는데 이걸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근데 데이비드 조던은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헤쳐 나갑니다. 물고기를 다시 수집하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표본을 유리병에 넣고 그 유리병에다가 라벨링을 했습니다. 근데 이제 달라진 점은 물고기의 살갗에다가 이름표를 바늘로 꿰매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지진이 다시 발생해서 병이 깨지더라도 이 물고기의 이름을 모를 일은 없는 거죠. 룰루 밀러에게 데이비드 조던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고자 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혼돈 속에 갇힌 자신의 인생의 지표로 삼고자 했던 겁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길래 이처럼 자신의 역경을 잘 헤쳐내는 것일까?라는 것이 궁금했던 겁니다. 저자는 이 질문을 품고 조던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조던이 쓴 책부터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모든 문건을 다 뒤져서 읽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반전이 생깁니다. 이 반전 때문에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분류는 과연 옳은 것일까?
룰루 밀러는 위대하게만 보였던 인물의 부정적인 면모를 찾아내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살인을 사주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확증은 없으나 정황상 증거가 널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우생학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여온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조던이었다는 점을 이 책의 저자는 무척 강조해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1890년대 이후 우생학은 미국 사회에서 아주 널리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저자는 당시 대통령들이 우생학의 밝은 전망을 찬양했다고 표현합니다. 또 하버드나 스탠퍼드, 예일 프린스턴 이런 미국에 내로라하는 명문대학들이 전부 다 우생학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게다가 1927년에는 강제 불임이 연방 대법원 판결로 합법화되기에 이릅니다. 조던은 인간의 수학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인간을 수학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겁니다. 이 논문에서는 도덕적 해이는 피에 부호화되어 있으며 강제 불임화로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합니다. 즉 도덕적 해이는 DNA에 숨겨져 있는 타고난 문제라는 겁니다. 그러니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은 자손을 낳지 못하게 해서 대를 끊어버려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또한 가난과 고통, 범죄 또한 혈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제 불임을 통해 사회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DNA 문제이기 때문에 대를 끊어버려야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 분류학자라서 이런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됐던 게 아닐까 이런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머릿속에서 카테고라이즈 하는 사고 방식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라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같으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이지만 100년 전 미국 사회에서는 가능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당시 데비드 조던의 우생학과 관련된 말과 글을 이 책에서 지금 현시대에 재조명한 겁니다. 100년 전엔 아무 문제가 없던 발언들이었는데 이걸 지금 와서 재조명하니까 문제가 된 겁니다. 이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약 100년 전에 스탠퍼드 대학교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총장을 했습니다. 룰루 밀러가 재조명한 발언에 이 두 대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상당히 반발을 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저런 인물이 우리 대학의 총장일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한 충격을 받습니다. 그 결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위상은 상당이 무너지게 됩니다.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교에 조던의 이름이 붙어 있는 건물이 있었다는데,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여섯 달 뒤에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책에 나옵니다.
위대한 업적은 결국 허상이였다
이 책의 저자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학문적인 업적. 그러니까 물고기 분류라는 업적에 대해서도 허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즉 어류는 없다는 뜻인 겁니다. 우리에게 어류라는 것은 당연히 존재하는 상식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없다고 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분류 체계상 어류라는 카테고리는 없는 게 맞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주장은 1980년대 분류학자들이 제기한 것입니다. 그들은 물속에 산다고 해서 그 동물들을 전부 다 어류라고 분류를 해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집 뒷산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염소, 두꺼비, 독수리, 고라니, 사람 등 많은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동물들은 모두 다 다른 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이 동물들을 산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를 하면 되겠냐고 말하는 겁니다. 같은 논리로 물에 산다고 해서 그 동물들을 어류로 분류하면 안 된다라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래입니다. 예전에 고래는 어류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포유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현대 과학자들의 해석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 자연사 박물관이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일하는 어류 분과 전문가들에게 저자가 직접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그 질문은 오류라는 범주가 사라졌느냐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널리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는 학계에서도 어류라는 게 사실은 허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결론은 어류라는 분류 체계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어류의 개념 자체가 허상이라는 겁니다. 이는 데이비즈 스타 조던이 평생 이루어낸 연구 업적이 허상이라는 말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깨달아야 할 것
저자는 어류라는 분류 체계가 허상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었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혼돈 그 자체에서 질서를 찾아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질서라는 것이 내가 아닌 남이 규정해 둔 것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남이 규정해 둔 가치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고 게다가 그 가치 체계가 허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반면에 질서의 반대 개념인 혼돈 속에는 옳고 그름이나 맞고 틀림을 포함해서 온갖 종류의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저자는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민들레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민들레는 잡초이기도 하고 약초이기도 합니다. 민들레는 자기만의 본질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잡초로 분류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약초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결국 혼돈입니다. 이 맥락에서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잣대라는 걸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민들레를 잡초로 분류하고 있는지, 혹시 그 기준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잡초가 아니라 약초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내 인생이 정말 볼품없는 잡초처럼 느껴지더라도 나는 소중한 존재. 바로 약초일 수 있다라는 사실을 우리가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 책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을 담은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 또한 비슷한 말을 담고 있지만, 과학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해석하니 굉장히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지금 나를 규정하는 것들 때문에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