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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루게릭병을 앓아서 앞으로 1년에서 5년 정도밖에 못 산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는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스웨덴 사람입니다. 원래는 재무 전문가로 스웨덴 최대의 석유회사 자회사의 최연소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가 됐다고 합니다. 만 26세에 이룬 업적이였습다. 아주 이른 나이에 큰 성공을 한 것인데, 그때부터 출근을 하려고 하면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계속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일을 그만둬버립니다. 이후 인도 네팔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태국의 숲속 사원에 들어가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됩니다. 그는 몇 년의 시간을 태국에서 보내고 또 다시 스위스와 영국의 사원에서 승려 생활을 합니다. 총 17년을 승려로 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막상 고향에 돌아와 보니까 노동시장에서의 경력은 20년 전에 멈춰 있고 나이는 이미 40대 중반을 넘다 보니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근데 그러다가 사람들한테 명상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고, 본인의 비전을 찾아 다시 사회에 잘 적응하게 됩니다. 이후 결혼까지 하고 잘 살게 되었는데 루게릭병 진단을 받게 됩니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죽어서 나중에는 폐까지 멈춰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저자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고 죽기 이전까지의 시간 동안 책을 한 권 씁니다. 그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을 필요는 없다
책의 제목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인 이유는 저자가 오랜 시간 승려 생활을 하고 깨달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명상을 하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처음에 이 저자가 명상을 열심히 해보려고 했을 때 당연히 잘 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는 온갖 잡념이 떠오르고 온갖 이상한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거나 누구를 보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내가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이 자꾸만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명상을 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동안 매번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서 걱정하고 기대합니다. 시시각각 기분이 변화하고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지지 않는 한 내가 의도하지 않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을 억지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지도 않고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생각은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건데 나 자신으로부터 살아있는 한 완전히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되 그 생각이 곧 나를 이루고 나를 규정짓는다고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커리어적인 성공을 엄청나게 쫓고 있다고 해봅시다. 나는 성공을 하고 싶어 성공을 해야 돼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 자체는 어쩔 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없애려 노력해볼 수는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커리어적인 성공을 꿈꾼다고 해서 그 성공이 내 행복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커리어적인 성공을 향한 과정이 내 삶을 규정한다고 절대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 중 하나는 세상의 모든 건 변한다는 겁니다. 지금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이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는 아예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이걸 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지금 내 마음속의 생각이 나 자신이라고 여기고, 지금의 생각에 집착하고 고민하고 고통받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심리학적인 자기계발서를 보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중점을 둡니다. 내가 지금 생각으로 인해 고통스럽기 때문에 행복한 생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고민하는 겁니다. 책의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냐 부정적인 생각을 하냐 그것 자체는 그렇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평온을 위해서 정말로 중요한 건 긍정적인 생각이 들든 부정적인 생각이 들든 그것과 나 자신 자체를 동일시하지 않는 겁니다. 생각은 그저 나를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일 뿐입니다. 그 생각이 나를 규정하는 건 아니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자꾸만 긍정적인 생각, 생산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집착일 수 있습니다. 나티코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평온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마음은 다 지나간다
책의 저자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란드의 시한부 선고 이후, 그의 아버지도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이미 80세를 넘어서 이른 죽음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본인의 병이 점점 더 진행되는 것을 피하고자 안락사를 결정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위해 가족들은 다함께 스위스로 가게 됩니다. 이전에도 그의 가족은 어릴 때부터 스위스로 많이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원래는 가족끼리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 떠났었다면, 이번에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려 다 같이 가게 된 것입니다. 거기서 나티코의 아버지는 되게 담담한 모습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약물을 주입하는 순간까지 농담을 하셨다고 합니다. 의사가 이제 30~40초 후면 아버지가 돌아가신다고 말했는데, 2분이 지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의사 양반 이상한 거 넣은 거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농담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게 아버지가 하신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스위스에 가는 장면에서 나티코와 아버지가 사후 세계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버지는 육신의 삶이 끝나면 암흑만이 남는다고 굳게 믿으셨고, 나티코는 무언가가 더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티코는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아버지 혹시나 돌아가시고 나서 무슨 일이 더 벌어진다면 그때 제가 거 봐라 이렇게 말하는 그런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이렇게 농담을 하는데 거기에 아버지가 껄껄 웃으셨다고 합니다. 농담을 주고 받는 장면은 책의 주제를 아주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종교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의 깊은 신념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어 농담의 대상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예 이야기하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은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곧 죽을 사람들한테는 이 주제가 아주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버지나 나티코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인데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많은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믿음이나 생각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여유로운지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도 이상한 잡념과 이상한 믿음을 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일일 겁니다. 다만 그 모든 마음은 다 지나간다는 걸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생각 때문에 고통 받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설치기도 하고, 생각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지금 하는 생각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지나서보면 별 것 아닌 일들일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진정한 자유와 평안을 얻게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생각의 무게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